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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작성일: 2016-05-16 17:53

제목 아, 가사도...(2)
작성자
이양래
조회
1497

아, 가사도...(2)

선착장 왼편 오르막길로 들어섰다. 이 길은 돌목마을과 등대로 가는 외길이다. 50미터쯤 가면 발전소가 나온다. 발전소 앞산에 새로운 도로가 개설되어 있었다. 금광개발을 거기에서 하는 모양이다. 마을 초입인 능선에 돌목마을 표지석이 서있다. 이 잔등에서 보면 마을과 바다, 섬들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가사도의 멋진 풍경중 하나다. 최근에는 한옥행복마을로 지정되어 아름다운 한옥이 들어서 있다. 우리는 돌목마을로 내려가지 않고 우측 길을 따라 등대로 향했다. 가는 길은 포장이 되어 있다. 작년에 숲 가꾸기 사업을 해서 걷는 동안 바다와 섬들을 볼 수 있었다. 답답함은 사라지고 시원스럽기만 했다.

등대에 도착했다. 평소에는 바람이 세차게 때리는 곳이다. 등대를 할퀴고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괴성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시간은 조용했다. 기상대가 바람이 심하게 분다고 예보했는데도 말이다. 이곳에서 보는 낙조는 바다를 황금색으로 물들이고 눈부신 광채를 내는 상상속의 극락이다. 이곳은 유독 불교의 지명이 많다. 가사도, 세방, 불도, 가사도, 하의도 가학 등 등... 낙조도 한 몫을 한다. 특히 등대 바로 앞에 작은 섬 하나가 있다. 수석인가 하고 보았더니 분재 같기도 하고 분재인가 보았더니 수석 같기도 한 섬이다. 섬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왜 이리 좋은 그림이 나오는지 신비스럽다.

등대에서 보면 십자동굴로 가는 길이 새롭게 개설되어 있다. 그날 마침 포장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 십자동굴은 일제 강점기 때 비행기 재료가 되는 알루미늄을 채굴했던 곳이다. 많은 주민들이 강제 동원된 피의 역사현장이기도 하다. 동굴 안 일부가 최근에 무너져 사람통행이 어렵다고 했다. 동굴과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데크시설과 동굴 입구에 나무 정자도 설치해 놓았다. 앞으로 본 사업이 마무리 되면 좋은 볼거리가 될 것 같았다.

갔던 길을 다시 내려와 등대 밑으로 개설된 해안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흙길이다. 감촉이 좋다. 시원스러운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걷는 맛이 최고다. 해안 바로 앞에는 커다란 바위섬이 있다. 나무도 거의 없는 무인도다. 왠지 들어가 보고 싶은 충동을 주는 섬이다. 하지만 육안으로 보면 섬이 절벽으로 되어 있어 올라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산길 주변에는 철쭉과 개나리가 심어져 있었다. 산은 숲 가꾸기를 해서 잘 정돈되어 있었다. 언덕에는 일본군의 포진지도 보였다. 취나무와 고사리가 지천에 널려 있었다. 산자락을 따라 해안으로 난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돌목마을이 다시 보였다. 나무 정자가 있었다. 여기서 아래쪽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그 아름다운 돌목해수욕장 모래사장이 나온다.

한적하고 유유자적한 분위기에 매료된다. 진도 말로 옴팍지다고 해야하나... 모래사장을 걸으면서 십자동굴이 있는 산봉우리를 보니 안개가 휘감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두 손을 잡고 모래 사장을 걸었다. 천연 갈댓잎으로 된 파라솔 밑에 있는 퇴색된 등받이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동떨어진 곳인데도 외롭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리움을 흘리는 파도와 백사장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돌목마을에 들어섰다. 큼직하고 웅장한 한옥 뜰에 예쁜 꽃들이 가득했다. 이 마을에서 가장 전망 좋은 곳에 한옥을 지은 분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집에 갔더니 시원한 발효음료와 과일 등을 내 놓았다. 너무나 맛이 좋았다. 연휴라 가족이 다 모이는 모양이었다. 객지에 있는 친척들도 오후에 들어온다고 한다. 가족들이 모이는 집은 행복이 가득하다. 고향을 지키는 분이 좋은 집을 짓는 이유는 온 친지들이 고향을 찾아오도록 하기 위함이 아닐까?

잠시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일어서려고 하자 점심 먹으로 꼭 오시란다. 우리는 그 정을 가슴에 담고 다시 선착장으로 향했다. 안개가 피다 지다를 반복했다. 이럴 때 섬 분위기는 한편으로는 신비스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답답한 면도 있다. 그러나 가사도는 그냥 포근하고 좋았다.

선착장 우측 길은 가사도 주도로다. 약간 경사져 있지만 날씨가 쾌청하면 보전, 세방, 가학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길이다. 2-3백미터 올라가면 잔등이 나오고 거기에서 보면 가사도리와 궁항리가 보인다. 넓은 농토가 펼쳐져 있고 염전도 보이는 곳이다. 그 능선 위에서 풍력발전기 4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제주도에서 본 풍력발전기는 거대하고 소리도 크게 났는데 가사도 것은 날개가 작아서 그런지 돌아가는 소리가 그리 크지 않았다.

능선을 넘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살포시 이마를 닦아주었다. 잠시서서 가사도의 중심부를 이리저리 살펴본 후 마을로 내려갔다. 마을 첫 들목 교회 앞 화단에서 일하시는 목사님께 수고 하십니다 인사를 하고 가사도 보건진료소 앞 정자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조인숙 보건진료소장님께 전화를 했다. 안계셨다. 뒤에 안 일이지만 휴일인데도 마을 어르신이 몸이 편찮으셔 진료가고 없었다고 한다.

여기서 광산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마을로 들어가지 말고 마을 앞 우측 길을 따라 해변 쪽으로 가야한다. 잠시 가다보면 뚝방을 지나 커브를 돌면 삼거리가 나온다. 좌측에 수원지가 보인다. 우리는 이 수원지를 넘어서 가면 광산이 나오는 길로 연결 된 줄 알았다. 중간쯤 올라가자 느낌이 아닌 것 같았다. 아짐과 따님이 고추모종에 지주를 세우기 위해 일하고 있었다. 다가가서 물었다. 이 길로 가면 광산으로 연결되느냐고..... 아니라고 했다.

다시 되돌아오려고 했더니 아주머님이 부른다. 한잔하시란다. 막걸리를 담아온 병이 보였다. 집에서 직접 담그신 곡주였다. 냉장고에 넣어 두셨다가 가져 오셨는지 아주 시원했다. 땀 흘리고 일하실 때 막걸리만큼 좋은 것도 없다. 큰 잔으로 가득 따라 주셨다. 단숨에 벌꺽벌꺽 마셨다. 집사람도 한 잔 받아먹었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돌아서려는데 한잔 더 해야 정이 든다면서 또 다시 따라준다.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맛있는 막걸리 대접을 받았다.

아짐 막걸리 담는 솜씨가 가사도에서는 잘 알려져 있는 듯 했다. 옆에 같이 있는 딸은 몽골에 가 있다가 이번 어버이날을 맞아 고향에 왔다고 했다. 아들은 발전소에 다니는데 그곳에서 막내라는 말도 했다. 우리도 소개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진도읍에서 왔고 가사도를 직접 걸어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씀드리고 어디서 일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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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 최종수정일 : 2018-02-06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