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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작성일: 2016-05-02 08:37

제목 여기 사람이 있다
작성자
박종호
조회
1558

구름나무 숲 마을의 문패

“여기 사람이 있다”
여동생이 문득 제안을 했다
구름이 숲을 이뤄 예다한 원림이라는
보배섬 진도 사천리 운림예원 주변
집집마다 새로 문패를 지어 달자고 했다
그것도 그 집집마다 특색을 살려
아름다운 문구를 넣어 달자는 것이다
오래 혼자 살면서 개 고양이나 키우며
고래등같은 한옥집 사무장을 하는 애숙이
좀체 늙지도 않는구나 서방이라는 것들
자식이라는 영영 풀리지 않을 수갑들
요령 없는 삶이 차마 그것들을 떨쳐내고
사십줄에 얹혀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
돌아가신 어머니 빈 집을 고쳐
큼직한 목각 우편함을 걸어놓고 살더니
뭔 바람이드냐 홀어미들 그득한 마을
그래 조금만 멈추면 보이는 감나무가 있는 집
노총각 아들 뒷바라지에 구순을 훌쩍 넘은 강OO씨
첨찰산 물은 흘러 수평을 잡아가는데
논두렁 싸움도 꽃처럼 시들어 가면
찹쌀로 곱게 익은 방문주 향기 나는 집
담도 못 넘고 취해 달 떠라 속노래만 불렀다
뜬 구름 잡아 구들을 맞추던 방독쟁이
봐라 봉화산 골짜기 물도 그만치
징한 세월도 다 비껴가는 마을
이 동네 사람들은 숯을 구웠다고 한다
목수는 밤에도 연장을 놓지 않는다는 주씨
빗자루만 들어도 모란이 피는 양천 허씨
이웃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되는 집이 되라!
송계 서당 선생 사시던 옛터 그 길목 아래
달무리처럼 곱던 강강술래 인간문화재
여기는 박종숙이 태어난 곳이라네
앞산 첩첩 노루가족이 번성하고
광주로 목포 서울로 서울로만 떠난 사람들
언젠가는 드문드문 꽃상여 타고 돌아오는 산골
절고랑 발갖게 숨어 피는 동백꽃처럼
그 많은 사연들 부질없이 떨어져 쌓이고
호랑이 그림자 흔들리는 대샆 아랫집
누산네 할머니 엉덩이도 폴새 삭아졌다
오늘도 반침마루 앉아 기타를 치며
오토바이 영지버섯 따러간 남편 금성이
걸음걸음 곡조를 넣어 기다리는 경자누나
기다리다 기다리다 기어코 담을 넘는
담쟁이 잎새 편지 주렁주렁한 순이네집
다 돌고 돌아 돌아 내 안에 차이는 한 잔
술인가 정인가 못된 인연인가
하나뿐인 동생이 햇살같은 문패를 달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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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 최종수정일 : 2018-02-06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