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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작성일: 2016-03-30 14:25

제목 십일시마을도서관 책놀이터가 경향신문 칼럼에 실렸어요!
작성자
이혜선
조회
1823

<<경향신문>> 2016년 3월 29일자


[작은 것이 아름답다]기억의 벽을 만드는 어린이 문학인들
박수정 | 르포작가


3월 마지막 토요일 아침이었다. 9시 무렵 3학년 아이 둘이 십일시마을도서관에 왔다. 학교 가는 날은 엄마가 깨워야 일어나는데, 쉬는 날엔 절로 일찍 눈이 떠진단다. 달마다 한 번 그림·동화책 작가가 오는 ‘책놀이터’가 여섯 번째 열리는 날이다. 10시 시작을 앞두고 진도공공도서관에서 ‘책나눔’ 동아리로 만난 여성들이 자리 정리를 한다. 여러 사람과 이 일을 꾀한 동화작가 임정자씨가 오는 아이마다 이름을 불러준다.

5학년 아이가 노란 종이 이름표를 달며 묻는다. “○○○ 작가 선생님 오세요?” 석교초등학교 전체 89명 아이들에게 동화작가 89명이 지난해 가을과 겨울 책을 보냈다. 올해는 졸업한 6학년을 빼고 새로 들어온 1학년을 더해 78명 어린이와 78명 작가가 ‘책짝꿍’을 맺는다. 철마다 작가가 책에 아이 이름과 편지를 써서 학교로 보내면 담임이 아이에게 전한다. 한 해, 아이에겐 책짝꿍 작가 4명이, 작가에겐 책짝꿍 어린이가 4명 생긴다. 아이는 자기 책짝꿍이 오늘 오나 했던 거다.

다섯 살부터 열두 살까지 아이 13명과 엄마 4명이 모였다. 마을 주민 이혜선씨가 아이들과 ‘진달래꽃’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봄을 말했다. 서울과 전주에서 온 동화작가 김현수, 양지숙씨가 1학년 위와 일곱 살 아래로 나눠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엄마 선생님 차례에선 이유순씨가 <오소리네 집 꽃밭>을 읽어주었다. 책장을 덮고 저절로 자라난 풀과 꽃을 보러 밖으로 나갔다. 손수건에 풀물을 들이자고 했다.

아이가 손수건 위에 쑥 이파리 하나 올리고 다른 쪽을 덮어 숟가락으로 두드리니 쑥물이 든다. “흙도 될까요?” 아이가 흙 한 줌 수건 위에 놓고 문지르니 흙물이 든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던 2학년 아이가 봄볕 아래 철퍼덕 주저앉은 우리를 보고 다가온다.

밖에서 햇볕과 풀로 마음을 물들이는 동안 양지숙 작가는 전날 전주에서 빻아온 찹쌀가루를 익반죽하고, 진도 오는 길에 동료 작가들과 마련한 쑥과 진달래꽃으로 꽃전 부칠 준비를 했다. 애들이 반죽을 떼어 모양을 만들고 꽃을 얹으면 어른들이 지진다. “꽃 그냥 먹어도 돼요?” 아이를 따라 어른도 꽃을 먹는다. 꽃전을 서로 입에 넣어주고 “앗, 뜨거” 호호 분다.

예정한 순서를 마치고도 도서관에 남은 아이들에게 김현수 작가는 재미난 놀이를 하잔다. 둘이 마주 잡고 몸 돌리기, 두 모둠으로 나눠 꼬리잡기, 도서관에 웃음이 넘친다. 두세 시간 아이들과 놀고 난 뒤 뒷정리까지 다 한 작가들이 “제가 얻어가는 게 더 많아요”라고 하는 책놀이터다.

열흘에 한 번 장이 열린대서 십일시마을. 십일시전통시장 들목에 이 도서관이 있다. 십일시마을도서관과 석교초등학교는 전남 진도군 임회면에 자리했다. 도서관에서 차로 10여분 가면 임회면 팽목항이 나온다. 2014년 4월16일 이후,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 받기부터 팽목항 방파제에 ‘세월호 기억의 벽’ 만들기까지 어린이 문학인들이 움직였다. 기억의 벽을 손본다며 팽목을 오가던 이들이 책놀이터와 책짝꿍으로 발걸음을 잇는다. 아직 가족 곁으로 오지 못한 아홉 사람을 기다리면서, 진실 규명을 요구하면서, 팽목항에 있는 사람들 곁에 있으려 한다. 그리고 진도 주민들과 더불어 살려 한다. 가까이서 그날들을 목격한 어른들, 헬기 소리 아래 있었던 아이들이 표현하지 못한 상처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작가들이다.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게 뭘까, 우리는 그림책·동화책 작가이니 책을 읽어줄 수 있지 않을까. 대신 꾸준히 하자고 마음먹었죠. 사람이 준 상처, 사람이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요.”(임정자)

책놀이터를 마치고 팽목항에 가니 작가 열댓 명이 기억의 벽을 손질한다. 아침부터 시작한 일이다. 다달이 마지막 토요일 오후 3시(4월부터는 오후 5시) 팽목항에서 열리는 기다림문화제에 울산, 강진, 광주, 여러 곳에서 시민들이 왔다. 먼지 뒤집어쓴 작가들이 옆에 앉았다. 711일째 ‘4월16일’이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328210924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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