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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작성일: 2016-03-08 17:44

제목 갈대가 우거진 소포수로를 따라
작성자
이양래
조회
2158

갈대가 우거진 소포수로를 따라

찬 겨울을 지나온 수로는 조용하고 창백한 얼굴을 갖고 있다. 소리 없이 갇혀있는 물은 모든 격렬함을 잊고 차분하게 주변 사물을 품는다. 소포수로가 그랬다. 한 여름 그 무성했던 뚝 길의 풀들은 이제 흉측한 허물만 남기고 잔인하게 눕혀져있었다. 그러나 우거진 갈대의 서정적인 분위기가 바람을 타고 휘휘 강위를 서성거리는 소포수로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포근하고 햇살 따스한 3월 첫날 나는 진도읍을 출발하였다. 진도천을 따라 해창-대신산업-쉬미-소포배수갑문-소포수로를 거슬러 올라가 십일시까지 가기 위해서다. 이 길은 우리 진도에서 처녀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흙길과 갈대, 덤불, 강물, 들판 등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나 인적은 드문 곳이다. 10시 10분 명품관에서 시작했다. 혼자다. 내 짝이 병원에 갔기 때문이다. 허리가 안 좋아 물리치료를 받아야 한다나..... 며칠 전 집에 손님들이 많이 와서 무리를 한 모양이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계획한대로 실행했다. 2년 전에 같이 걸은 적이 있어서 일까? 오늘 같이 못 가는 내 아내는 그리 서운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명품관에서 해창까지는 황토포장이 되어 있다. 진도천을 자연 친화형 하천으로 정비하면서 새롭게 단장한 길이다.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면서 건강을 지키는 코스다. 하천에는 청둥오리 떼가 헤엄치고 있었다. 운동하는 사람들을 자주 접해서 그런지 사람이 지나가는데도 이놈들이 날아가지도 않고 그대로 먹이 찾기를 계속했다. 그중에는 부리가 노랗고 털은 검은색을 갖고 있는 오리도 있었다. 천천히 내려가면서 하천주변을 유심히 살폈다. 풀 속에 숨어 있던 온갖 쓰레기들이 노출되어 있었다. 날이 풀리면 대대적인 부유쓰레기 수거 작업을 해야 되겠다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고작 마을까지는 쉬이 왔다. 이곳이 우리 진도의 옛 관문이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바다는 모두 논으로 변했고 선창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지금은 그 자리에 창고만 하나 덩그렇게 남아 있다. 목포에서 배를 타고 오면 고작 선착에서 내렸던 흐린 기억만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해창마을을 지나니 시멘트 포장 농로가 나왔다. 굽이굽이 휘어 도는 모양을 따라 내려오니 텅 빈 들녘, 따스한 햇볕, 맑은 공기, 푸른 하늘과 시시각각 변하는 하얀 구름이 나와 함께 하고 있었다. 휙 뒤 돌아 보니 진도읍이 멀게만 보였다. 어느새 지도리 마을 앞까지 와 있었다. 시계가 11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1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대신산업에서 나는 큰 기계음이 계속 고요함을 깨뜨리고 있었다. 발걸음을 재촉해서 빨리 이 구간을 벗어나고 싶었다. 여기에서 쉬미 뚝까지는 풍광도 도로사정도 별로인 구간이다. 다행인 것은 산월마을 앞 들녘을 가로지르는 농로에서 보면 산월마을이 호젓한 시골풍경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2시간 정도 걸으니 소포배수 갑문에 도착했다. 잠시 서서 숨을 고르고 주변을 보면서 신발 끈을 다시 조였다. 드디어 소포수로가 나를 반겨주었다.
여기서 부터는 차량 바퀴자국이 선명한 흙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길 양쪽에는 겨울바람을 이겨낸 풀들이 열병식을 하듯 서서 무거운 나그네의 발걸음을 위로해 준다. 특히 하늘과 구름, 산을 배경으로 한 우거진 갈대와 텅 빈 들녘 사이로 난 이 뚝은 새로운 길을 찾는 사람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는 이곳에 왜 왔지 하고 느끼도록 눈짓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계속 사진을 찍으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소포 옛 나루터에 도착했다. 예전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흔적만 약간 남아 있어 너무 아쉬웠다. 쉬미 소포간 간척사업을 하지 않을 때는 이곳이 한동안 지산면 쪽 관문 역할을 해 오던 곳이다. 진도 관문은 고작에서 소포로, 다시 쉬미로 내려 왔고, 그 다음에는 벽파로 변하더니 이제는 녹진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과 물류가 오가는 교통이 한 지역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구나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허무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 것을 잘 활용하면 지역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을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도 들었다.

갈대를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니 고길 마을이 보였다. 저 멀리 여귀산 봉오리가 아스라이 보이고 소포마을도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잠시 앉아 생각해 보니 지금 내가 있는 이곳 소포수로는 눈 마주칠 사람도 없는 침묵의 샘처럼 느껴졌다. 외로움을 아름답게 착각하도록 만드는 분위기가 주위에 가득했다. 가슴을 아리게 하는 품위가 있는 이곳에 오래오래 앉아 있고 싶었다.

푸드득 하는 청둥오리의 비상하는 날개소리가 나를 일으켰다. 가야할 길이 아직 멀었기 때문이다. 갈수록 길이 거칠어 졌다. 그만큼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리라. 무성한 잡풀을 헤치고 앵무리 마을 앞 하천을 향해 가다보면 지산면 쪽에서 내려오는 큰 지천을 두 번 만난다. 건널 수가 없어 우회해서 가야한다. 지루한 구간이다.

여기를 벗어나면 앵무교가 보인다. 앵무교에서 우측 뚝을 타면 가시덤불이 많아 걸을 수 없는 구간이 있다. 또 인지리 쪽에서 내려오는 하천이 있어 먼 길을 우회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매정마을 앞을 지나는 좌측 뚝을 타고 걸었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얼마 못가 길이 막혀있었다. 기시덤불과 잡목들이 우거져 뚝 아래 논을 통해 조금 올라가니 다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이 보였다.

뚝에서 논두렁으로, 다시 농로로 반복해서 걸었다. 십일시에서 앵무교까지의 뚝길은 하루 빨리 정비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십일시와 석교사람들이 운동하가 좋은 코스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과 차량이 오가면 주변에 쓰레기 투기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청정한 하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감시 눈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드디어 십일시 입구에 도착했다. 시계가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6시간 정도 걸은 것 같다. 다리는 무겁고 얼굴에서는 연신 땀이 났다. 안경에 김이 서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안경과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잠시 서 있으니 버스가 왔다. 제 때에 도착했다. 처음 출발할 때도 혼자, 버스의 타고 마무리 할 때도 나 혼자였다. 그렇지만 내내 혼자였던 이 시간은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았다는 말처럼 그 곳에도 생명이 넘치는 계절이 멀지 않았음을 느낀 소중한 휴식이었다. 나는 올 추수가 끝난 가을에 이 길을 또 찾을 것이다. 눈 내리는 겨울에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소포수로는 진도의 버지니아 로드이기 때문이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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