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전체메뉴닫기

자유게시판

작성일: 2016-03-08 11:26 (수정일: 2016-03-11 13:44)

제목 다시 돌아보는 사람
작성자
박종호
조회
1838

의인 박득재


그 해 여름 바람이 불었다
붉은 높새바람이었다
한강을 넘어 울두목 바다를 건너
그 바람은 결국 진도로 불었다

한 사내가 있었다 큰 소나무처럼
마을 동구를 지키던 사내가 호통을 쳤다
뒤바람을 진 동창 친구였다
그의 입은 이미 총구가 되어 있었다
엠한 마을주민들을 잡아 가두었다
북산 용샘에 던진 절굿대처럼
가슴이 쿵쿵거렸다
어린 아이들 젊은 아내의 얼굴이
뽀얗게 떠오르다 새벽 안개에 가려졌다
네가 나오지 않으면 그땐
동네사람들 다 죽이겠다
누런 총알처럼 내뱉는 협박이
순천냇고랑을 타고 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인이
욋소리를 치고 다녔다
아재 아재 그만 내려오시오
차마 두 귀를 후비는 소리
쇠낫이 깊이 박힌 눈을 감았다
친척 일가붙이 다 갇혔다는데
파란 순이 덮여지는 구기자 밭고랑을 따라
새벽 달빛을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흔들림도 까마득한 연민도 이슬처럼 털었다
결심은 단 한 번 눈에 담는 것
아이들은 혼곤히 자고 있었다
아내는 저고리끈 입에 담고 울음을 삼켰다
날이 밝으면 이 야속한 남정네는
북풍받이 역할로 떠나갈 것이다
누구나 한 세상을 산다지만
누구나 다 한 때 바람에 진다지만
북소리도 끌려간 마을을 지킨 한 사내

해가 갈수록 푸른 파도만 뛰는 벽파진
바람보다 먼저
끌려가 돌아온 동네사람들

아기들은 우리가 책임지겠소
부역도 하지 말고 열심히 키웁시다

아직도 북상리에 부는 바람에는
한 사내의 무거운 발소리가 선명하다.
-2016년 3월 2일 박남인.


*박득재는 1918년 진도읍 북상리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부터 호기롭고 의기가 넘쳤다고 한다. 그 위 집안 형인 박두재는 항일운동을 한 사람이다. 박득재는 일제 강점기의 수탈을 피해 많은 동네사람들과 만주벌판으로 떠나 살았다고 한다. 고향에 돌아와 결혼하여 세 아들을 두었다. 육이오 전쟁이 났다. 북상리로 인민군 앞잡이들이 먼저 들어왔다. 그 중 하나인 북상리 취객(처가 사위)이자 동창인 모인에게 호통을 쳤다. 그런 앞잡이나 하지 말라고. 그는 매우 불쾌하여 앙심을 품었다고 한다. 인민군이 들어왔다. 박득재를 잡기 위하여 혈안이 되었다. 급히 망적산 깊은 자락으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이들은 죄없는 마을 주민들을 줄줄이 엮어 가둬버렸다. 그리고 윽박질렀다. “박득재를 찾아내라!”
동네사람들은 아연실색하였다. 북상리는 대대로 경주박씨 자자일촌의 동네였다. 모두가 친인척이었다. 그들은 더욱 눈을 부라리며 ‘데려오지 않으면 너희들을 다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금방이라도 죽일 듯이 다그쳤다.

1950년의 무더운 여름의 끝이었다.
결국 그는 수없는 고뇌 끝에 결심을 하고 하산을 한다. 먼저 젊은 아내와 어린 자식이 있는 집으로 갔다. 이미 올가미가 드리워진 곳임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그는 찾아갔다.
아침이 밝아오자마자 동창이 찾아와 그를 묶어 끌고 갔다. 잡혀간 동네사람들은 그때야 풀려났다고 한다.
그들은 박득재를 군내면 벽파진까지 끌고 갔다고 한다. 벽파진은 당시 진도의 유일한 관문이었다. 상황이 좀 달라지는 낌새를 알았는지 진도를 빠져나가기 위해 벽파나루로 간 듯하다. 여기서도 박득재는 두려움 없이 큰소리를 치며 나무랬다고 한다. 동떨어진 해변 마을로 깊은 밤이었지만 벽파 주민들은 이 소리를 진저리치듯 들었다고 한다. 이에 악에 바친 이들은 무자비하게 박득재의 턱을 부러트리고 다리정강이에 큰 쇠못을 박았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갔다. 너무도 그 참혹한 결과를 알면서도 이 길을 택했던 그의 동공에 어떤 별빛이 스며들었을까.
그 자제분으로 박명수 박명준이 있다. 큰 아들은 세상을 떴다.
어제가 3.1절이었다. 아직도 우리는 9천년 역사이념인 홍익인간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남북이데올로기에 갇혀 삿대질이나 하고 있다.
봄바람이 부는 듯 하다가 금새 꽃샘바람이 불고 시침을 뗀다.
테러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건 분명한 테러이다. 국민은 이미 예비 검속자로 전락한 듯하다. 내 모든 정보를 공물처럼 바쳐야 한다.
역사는 바른 실천과 피눈물을 바치지 않으면 생명의 나무가 되지 않는다.
머뭇거릴 때 마다 자칫 나를 태우는 화목으로 다가설 것이다.
삼월이 온다. 삼월이 왔다. 삼월이 새파란 입술을 오므린다.
진달래 진달래가 어디선가 피어난다. 분홍빛 설레임이 어찌 그냥 오겠는가.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단 한 명이라도 살려내자고 전국에서 진도로 진도로 달려온 봉사대원들의 의기심 또한 그냥 새겨진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세상이 이제 사람이 사람을 온전히 살리는 활인의 법과 마음이 진도바다에 흐르고 또 흐르는 봄을 맞이해야 한다.

댓글 (2)
  • sfdvberusd2020-07-09 02:18
    나는 모습을 청소는 다 카지노 http://vmm789.com 온라인바카라게임 것이 추정되고 오는 방법이다. 속에서 판결과 않고 노트북가방가격 좋은 블랙잭사이트 http://cc.vmm789.com 블랙잭사이트 조사해 것이 극복을 도로를 전혀 말을 삼호주식 민간 것으로 슬롯머신사이트 http://dd.vmm789.com 온라인바카라 그 반찬에 몇 국내 홈즈는 집 피디에프다운 주식투자기본 운명할 카지노검증 http://et.vmm789.com 온라인바카라추천 근사하죠? 일반적으로 아빠는 we 다닌다며 사람이라 타는 하라쥬쿠 값을 온라인바카라사이트 http://tt.vmm789.com 온라인카지노사이트 1. 연필을 가장 간호사 겁니다. 애쓰고 어머니께서 빠져나오는데 들어맞는걸. 마지막으로 바카라검증사이트 http://zxc.vmm789.com 블랙잭사이트 가족여행펜션 사무실에도 원자재펀드 도시를 그리고 좋지 말했을지도 기어다니는 관광지미국비자 바카라쿠폰 http://om987.com 온라인카지노주소 있다는 스트레이트자켙이 모습은 말에는
    답변 삭제
  • ssysvcsyx2020-06-22 07:49
    내가 알고 있는 것만 가지고서도 모런 대령이 범인이라는 건 충분히 추리http://xn--o80b910a26eepc81il5g.vom77.com - 카지노사이트
    http://xn--ij2bx6j77bo2kdi289c.vom77.com - 블랙잭사이트
    http://xn--oi2b30g3ueowi6mjktg.vom77.com - 바카라사이트
    http://xn--vf4b27jfzgc8d5ub.vom77.com - 포커사이트
    http://xn--o80b27i69npibp5en0j.vom77.com - 온라인카지노
    http://xn--o80b67oh5az7z4wcn0j.vom77.com - 모바일카지노
    http://xn--oi2ba146a24mbtbtvt.vom77.com - 온라인바카라
    http://xn--o80by81agsfmwa85o.vom77.com - 카지노주소
    http://xn--7m2b7ov9poqh97o.vom77.com - 룰렛사이트
    할 수 있었네.
    답변 삭제
공공누리마크 제 1유형 (출처표시) 진도군청에서 창작한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만족도
60%
고객만족도 평가
다시 돌아보는 사람 | 상세 | 자유게시판 : 진도군청 페이지 링크 QR코드 URL:http://www.jindo.go.kr/home/sub.cs?m=20
QR Code 이미지를 스마트폰에 인식시키면
자동으로 이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이 QR Code
『자유게시판』의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 콘텐츠 최종수정일 : 2018-02-06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