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1월
작성일: 2019-11-24 18:46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팽목항에 다녀온 지. 아름다운 진도였습니다. 팽목항에 서린 슬픔만 없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서울에서 이른 오전에 출발해 7시간가량 걸렸습니다. 내려가는 길, 유가족 몇 분이 합류하셨습니다. 도착해선 팽목항을 지키는 유가족분도 만나 뵈었습니다. 나름 먼 길을 온 이들에게 푸짐하고 따뜻한 식사를 준비해 놓으셨었습니다.
사실 ‘한나절 내려가 내가 뭐 할 수 있는 게 있나?’ 하는 막연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 명의 일반 시민으로서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팽목항을 찾는 것’ 그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도 없었습니다. 늦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팽목항을 홀로 둘러보던 중 함께 내려간 유가족분과 마주쳐 이야길 나누게 되었습니다.
유가족분은 잊을 수 없는 그날 4월 16일과 그날 이후 팽목항에서 벌어진 상황들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여기에는 당시 미수습자 가족들의 텐트로 가득 했었다’, ‘저쪽에서 수습된 아이들이 하나 둘 올라왔다’ 유가족분에게 직접 들어서 일까요? 너무나 생생하게 그날의 장면들이 그려졌습니다. 담담하게 말씀하시는 유가족분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따뜻한 오후 햇빛을 손으로 가리시는 유가족분의 안쪽 손목에 노란리본이 문신으로 제법 크게 새겨져 있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 앞에 있는 평범한 사람과 문신이 참 안 어울린다 생각했습니다.
컨테이너 가건물. 그날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은 너무나 초라해보였습니다. 그마저도 진도군의 판단에 따라 철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마침 팽목항을 삼삼오오 찾아오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기억공간을 둘러보고 등대로도 가고. 그분들을 지켜보며 유가족분이 혼잣말처럼 읊조리던 말씀을 기억합니다. ‘아직도 이렇게 사람들이 찾아와 주시니... 너무 고마워...’
팽목항에 여객터미널이 들어선다고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진도와 군민분들, 터미널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겠지요. 아픈 기억은 묻고, 새로 시작하고 싶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지울 수 없는 아픔까지 함께 품는, 품 큰 팽목 터미널이 된다면, 그것이 더욱 의미 있는 팽목항의 재탄생으로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을런지요.
놀랍게 변화될 팽목항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세월호의 아픔을 기억할 자그마한 공간이 함께 자리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그럴수록 더 많은 이들이 팽목항을 이용하고, 기억하고, 찾아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다시 팽목항을 찾겠습니다.
저는 세월호 관련 단체의 소속이 아닌 서울의 한 시민임을 밝힙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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