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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작성일: 2019-09-08 19:55

제목 산숭해심
작성자
박종호
조회
896

산은 높고 바다는 깊다

 


 
고향으로 가는 길
 
 
 
생각하니 이제
 
아무도 고향에 기쁘게 가지 못한다
 
 
길이 반듯할수록
 
마음은 더 가까워지는 줄 알았지만
 
산그늘이 비켜 선 길옆으로
 
비릿한 소문들이 휙휙 내달리고
 
산골 논둑을 떠돌던 늙은 아재들도
 
편서풍에 날리는 구름 속으로 숨었다
 
 
송아지 울음을 도려낸 빈 외양간
 
허연 갈비뼈 같은 시멘트포장 농로 위엔
 
멧돼지 가족 발자국이 데칼코마니 연습을 하고
 
초호화 기업형을 앞세운 대형 돈사가
 
빈 집 대신 새로운 번지수를 달았다
 
 
진도대교를 건너오는 것은
 
4차선의 장밋빛 연장 노선이 아니었다.



2.
 
예비타타성

북두성도 남십자성도  삼태성도 아닌

또 다른 공도화정책  족쇄가 되어
 
우리들의 발목을 잡는다

수묵의 향연은 얼룩진 치마자락
 
섬의날 깃발이 허무의 바람에 펄럭인다 
 
누군지도 모르게 헝클어놓은 팽목항 개발
남십자성 아래 휘황한 리조트 솔라비치
삼섬이 선녀들의 머리빗이 되었다
 
염원도 갈등의 휴화산도 아니었던
 
이니스프리로 가는 꿈의 항구
소통을 매립하고  그 위에 석탄재 매립 추진이

진도항 배후지  안방을 호시탐탐 기웃거린다


구야구야 수귀현야 약불현야

만약에 만약에 고개를 내밀지 않으면
 
우리는 그 섬에 가고 싶다
만남과 소통의 기적이 일어나는 바다
 
뽕할머니의 기원이 2.8km 길을 여는 섬
 
 
우리는 지금 무엇으로 그 바다를 메우려하는가
 
일본이 남몰래 방출하고자하는 폐기물인가

이충무공의 그 두려움을, 돌릴 수만 있으면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그 책략인가
속도전이 힐링의 슬로우시티 진도를 점령할 것인가
 
100년의 노래 미래의 섬

영암에서 해남으로

87년을 떠돌며 아껴놓은 마지막 낙원 몽유진도!
 
새들의 고향으로 불리는 섬
 
바실 홀 선장이 200년 전에 그 놀라운 풍경에
 
도리산 꼭데기에서 무릎을 꿇었던 곳
 


 
3. 가야할 길
가지 않아야 할 길


꿈을 꾸었다.

신인이 내게 알려주었다.

구국의 어란의 여인도 아니었다.

헤쳐가라 탁란을 하지 말라
>
신인은 물고기기 되어

명량수로를 지나 방기미 건너 갈매기섬

동백나무 숲에 가린 초분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
서망항 장죽수로를 건너갔다


우리가 가는 길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은 하나다

조국이 하나이듯

민족이 하나이듯

진도의 사랑도 오직 하나다


밤길을 걸으며 하늘을 본다

구름이 스쳐가는 하늘엔 달이 차오른다

관사도에서 섬등포 바닷길에서

푸른 가방의 아내와 바라다보던 별하늘

비와 바람과 태풍이 지나가고

누군가 바다 건너 먼 곳에서

고향을 그리며 쓴 편지가 별처럼 돋아난다.



4.그 밤에 달은 뜨고

동백사 절은 용둠벙 속으로 숨었다지

가사도 처녀강은 이제

어느 사내의 가슴으로 흐르고 있을까

가학마을 솔숲에 학들이 돌아온다지

빈 외양간에 다시 워낭소리가 울린다지

제가요 송가인이한테 딱 꽃혔어요

가을 매미소리 세방낙조에 물드면

천지간 부모효도 송가인이 돌아온다하네

농사는 여편네한테 밀쳐놓은채

다시래기 굿판만 떠도는 서방님이

아무리 반백년 웬수라해도

달한 번 쳐다보고 자식 한 번 바라보고

옛적 가이나 때 둥그런 강강술래

둘레밥상에 그리는 마음 나도 몰라라



5. 가을은 무엇으로 오는가

내가 언제는 진도사람 아니었당가?”
>
멀쩡하니 이름도 성도 있지만

고향을 고향으로 부르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씻기고 보듬고 다시래기 흥그레타령으로

강강술래 수난의 시대를 몇 번이나 넘었던가

아리랑 고개는 그렇게 늘어났다지
>
고향으로 가는 길은 한가위 휘영청 달빛이었다

걸음걸음이 강강술래였다

동네 어귀마다 당산나무 팔을 벌리고

여물지 못한 고추를 마구 흔들어댄다


배추값이 데굴데굴 구르는 시세를

침발라 넘기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장바닥에

누군가 기억하는 것들은

그 시간 속을 빠져나오지 못한다

홀로 사는 노인의 외딴 집에 달빛이 내려앉는다

강물처럼 투명한 베트남 처녀 앞치마 저 달을 품어라

초원의 풀빛을 닮은 몽골 아가씨 조선의 꾸냥

진도의 가을은 온통 춤사위로 믈들었다


우리 모두는 흐르는 강이었다

저 달이 떳다지고 떳다가

홍주잔에 풍덩 서산을 잃은다해도 나는 몰라라

그 허리춤에서 춤이 일어나는 바다였다


멀고 먼 사랑만을 품은 자들아

꿈을 꾸는 그대 가난한 서울공화국 중산층아 등신층아

낙타도 쉬이 빠져나가는 저 환한 구멍

울긋불긋하니 만장을 앞세우고도

그대 그대만은 정녕 귀환하지 못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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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 최종수정일 : 2018-02-06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