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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작성일: 2016-05-31 09:40

제목 자운 곽의진
작성자
박종호
조회
1514

자운 곽의진
-소천 2주기를 맞이하며

그가 없는 세상에 내가 산다
산도 첩첩 물도 첩첩 이 마음도 첩첩
꽃이 지는 줄도 모른 하루 등지고
노을빛 머플로 풀어버린 밤하늘을 본다
달은 조금씩 기울거나 부풀어 오른다
아침에 해 뜨고 또 기우는 법을
어느 하느님 도수를 가르쳐 왔겠지
어머니도 그 누님도 별이 되었겠지
내 눈에만 반짝이는 그런 별
괜스레 눈 씻어내야 보이는 별
구자도 앞 바다 탑 그림자 잠겨놓고
은한수 찰랑 찰랑 흩뿌리며
열 두겹 어둠 치마 걷고 달려와
하루도 쉬지 않고 비추겠지
그가 없는 세상에 내가 산다
너나없이 징하다고 하는 세상
비틀거리며 돌아올 때
슬며시 이마에 손을 얹히신다
마당 한 쪽에서 감꽃이 핀다
그녀가 없는 세상에 내가 산다
모두가 ‘꿈이로다 화연일세’*
몽연록의 허소치 백년 만에
자미탄 붉은 꿈 흔들어 깨우더니
감꽃 같은, 반딧불처럼 초롱한 손주
이 지상에 딸 아들 사위 남겨놓고
어느 먼 별밭을 쪼그려 매고 있을까
세월이 무던할까 세월이라는 닻이
맹골수도 깊은 회랑에 박힌 지 2년
그립다 꼭 눌러 다시 생각해보네
팽목항 달려갔다 돌아와
들 찔레꽃이 하얀 과녁으로 피어나고
자운토방 감꽃이 별처럼 쌓이면
젊은 작가들은 술 잔을 내렸다
자운선생이 없는 세상은 조용하다
채식주의자가 대서양을 건너갔다
오늘 밤에도 달이 뜰 것이다
달처럼 둥근 잔에 자운을 띄운다.

-2016년 5월 26일 진도 박남인

*늘 바다를 제 가슴으로 불러 김을 매듯이 제 손으로 물들이고 싶었던 사람. 더 멀리 더 깊이 밀려가 저 혼자 더 붉게 물드는 그 바다를 사랑했던 사람. 그래도 여자를 고집했던 사람. 그 많은 이야기를 엮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이야기가 되고 싶지 않았던 여인.
울음 따위는 아주 오래 전 바다에다 버렸다. 절망도 더 멀리 던져버렸다. 그래서 지금도 바다는 가만있지를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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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 최종수정일 : 2018-02-06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