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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작성일: 2016-05-30 10:42

제목 내 영혼의 갈라파고스 진도여
작성자
박종호
조회
1543

우리 영혼의 갈라파고스 진도여.

노화욱

여러분은 혹시 갈라파고스를 아시는지요? '지구 생태계의 보고'라 불리는 경이롭고 신비한 이 섬은 우리 한반도와는 지구의 반대편인 남아메리카 에콰도르에서 태평양 서쪽으로 960킬로미터 쯤 떨어진 크고 작은 3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제도입니다. 이 무인도를 1835년 찰스 다윈이란 영국의 생물학자가 탐험하게 됩니다. 그는 여기서 육지에서 볼 수 없었던 코끼리거북과 이구아나, 갈라파고스 펭귄 등 희귀한 동식물을 관찰하고 나서 '진화론'의 단서를 발견합니다.
특히 '핀치'라 불리는 작은 새가 각 섬의 먹이와 생활 환경에 따라 16가지 유형의 다양한 부리를 가진 현상에 주목하여 24년간의 연구에 몰두하게 되죠. 그 후 그는 인류역사에 가장 충격적이고 획기적인 이론인 '진화론'을 주창하고 이를 '종의 기원'이란 저서를 통해 발표하였습니다. 갈라파고스는 거센 바람과 해류가 훌륭한 장벽의 역할을 한 절해의 고도였기 때문에 육지의 인간과 동식물이 유입되지 않고 스스로 독자적인 진화과정을 거쳐 이 섬의 고유종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4년 전 여름, 충북 부지사의 공직을 벗어 던지고 진도로 왔습니다. 오래전 여기를 스쳤을 때 받은 깊은 느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보물이 훨씬 많은 이곳에 여섯 달 동안 머물면서 저는 불현듯 갈라파고스를 떠올렸습니다. 그곳이 지구 위에 잘 보존된 '자연 생태학의 보배섬'이라면 이곳은 우리 전통문화의 뿌리가 잘 보존 된 '인문 생태학의 보배섬'이라 생각했습니다.

진도는 '아리랑'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곳입니다. 한반도에 3대 아리랑이 있지마는 그 음악적 흥과 멋은 진도아리랑이 단연 으뜸이지요. 아리랑이 무엇입니까. 단순한 민요인가요? 아니지요.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얼이요 삶이요 예술의 상징입니다. 우리가 전통 인문학에서 시서화 즉 시와 글씨와 그림을 말합니다만 서화의 전통과 뿌리에서야 진도 만한 곳이 또 어디 있습니까?

남종화의 본산인 소치 허련의 화맥은 의제 허백련 때문에 무등산의 광주로 뻗어 나갔고 또 한 맥이 남농 허건으로 인해서 유달산의 목포로 뻗어 나갔으니 종가 운림산방이 있는 첨찰산은 육지를 아우르는 조선 화맥의 태조산이자 문인화의 종산이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추사 김정희 이후에 한국 서예의 우뚝 솟은 봉우리가 소전 손재형입니다. 예술적인 국한문 혼용체와 한글 서예의 시원을 연 이 분의 문화적 업적은 더 언급지 않겠습니다.

중국 관광객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바야흐로 제주공항은 이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한국에 장기간 체류했던 주한 외교사절과 관광객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니 가장 인상적인 문화적 체험의 1위가 '절 체험'(템플 스테이)이라고 답변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체험할 수 없는 동양적인 것 오로지 한국에서만 보고 듣고 맛보고 느낄 수 있는 문화적 차별성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력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난 세기의 근대화 과정에서 멸시하고 버리고 잊었던 우리 전통문화의 생태계 복원과 보존이 무엇보다 중요해졌습니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에 '아를'이라고 하는 작은 도시가 있습니다. 인구 5만이 채 못 되는 진도군보다 조금 큰 도시 정도입니다. 공항도 없고 떼제베라는 고속철도조차 없는 이 도시에 연간 무려 2백만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듭니다. 왜일까요? 이들의 거의 모두가 '고흐'라는 화가가 그린 그림의 현장을 보러 옵니다. 그는 이곳에서 불과 1년 3개월의 짧은 기간을 머물며 사후에 너무도 유명해진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진도는 이 점에 착안하여 배우고 미래를 대비해야 합니다.

광주와 목포, 전주와 남원 등 호남의 주요 도시가 모두 예술의 중심 도시 즉 예향이 되겠다고 합니다. 저는 우리나라 한국화나 무형문화재의 뿌리 찾아서 올라가 보면 부계든 모계든 가장 많은 조상을 진도에서 만나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진도는 전통 예향의 뿌리를 살려야 합니다. 그래서 국악과 한국 서화를 위시한 전통예술의 메카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예향을 만들어야 할 것인가. 시간이 짧으니 결론만 몇 가지 제안할까 합니다.

먼저 목표와 방법을 분명히 세워야 합니다.

전통예술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서는 경영학에서 말하는 전략적 장르와 분야를 '선택과 집중'(Choice and Focusing)해서 장기적인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차별화입니다. 광주와 목포, 전주와 남원 등의 도시를 따라가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철저히 차별화해야 합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두 번째는 인재를 길러야 합니다.

제2의 소치 제2의 소전 미래의 박종기와 박병천 조공례를 지금 어디서 키워나가고 있습니까? 전국의 신끼 넘치는 타고난 신명 꾼들이 다 진도로 모여들게 해야 합니다. 국악 영재학교를 만드시길 바랍니다. 서양음악의 영재교육 못지않게 판소리나 전통 기악도 영재교육이 필요합니다. 옛날의 이곳의 환경이야 부모의 신명과 재능을 가정에서 보고 배우며 자랄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런 환경이 일제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진도에도 국악고등학교가 설립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들어가 학과편성과 교과 과정을 살펴 보니 전국의 다른 국악고와 다를 바 없어 실망했습니다. 왜 똑같은 학교를 만들어 똑같은 길에서 경쟁하려고 합니까? 그러면 백전백패지요. 차별화해야 합니다. 예술과 예능분야의 획일화는 어중이떠중이만 양산하는 위험한 교육입니다.

그래서 나는 진도에는 전국 어느 곳에도 없는 아주 파격적인 전국전통무속학교를 만들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무속에 대한 매우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있습니다. 서양의 기독교 신앙이 들어오면서 민간 자생의 무속적 영역을 아주 초토화하고 박멸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사람은 영적인 동물입니다. 종교적 영감과 예술적 재능이 만나 천재적 창의성과 시너지를 이룩한 문학과 미술 그리고 음악적 성과는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실입니다. 서양의 수많은 거장이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인도의 신화를 보십시오. 그것이 신정 시대의 무속적 성과가 아니고 그 무엇입니까. 우리는 그런 창의적 공간, 민속문화가 자생적으로 발전할 기회와 터전을 미신타파라는 권력의 맹신으로 아주 박멸을 해 버렸습니다. 달빛 아래의 신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세 번째는 하드웨어를 바꾸어야 합니다.

지금 외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서울의 명소 북촌을 밀어 없애려는 도시 재개발에서 지켜낸 사람은 피터 바돌로뮤라는 외국인이었습니다. 한국인이 하지 못한 소송을 걸어 대법원에서 이겼습니다. 우리는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지금 전국은 펜션이라는 국적불명의 서양 건축물이 경치 좋은 시골 마을을 점령해 버렸습니다. 이것은 문화적으로는 비극입니다.

앞으로 30년 50년이 걸리더라도 진도에 와야만 볼 수 있는 진도 고유의 건축 경관과 마을 모습으로 변화해 나가야 합니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입니다. 전국 어디를 가나 천편일률적인 도시나 시골을 왜 굳이 먼 이곳까지 찾아오겠습니까?
운림산방은 전국적으로 아름다운 우리 건축과 원림의 공간입니다. 이곳이 아름다운 이유는 첨찰산이라는 자연과의 조화입니다. 그런데 그 입구의 상가주택들이 운림산방과는 전혀 조화되지 않는 양옥 건축물로 지어지고 있어서 참 안타깝습니다.

네 번째는 군수와 국회의원 등 지도자와 공무원들의 문화마인드 입니다.

문화 최우선의 행정을 통해 진도의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지닌 사람을 지도자로 선택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예산과 재정자립도가 미약한 이곳은 다른 지역과 대동소이하게 보편화 될 수밖에 없지요. 공무원들도 각별한 교육을 통하여 문화 중심의 마인드를 확립시켜 나가야 합니다.

다섯 번째는 네트워크 파워를 결집 시켜나가야 합니다.

진도 출신의 예술가 기업인 정치인 나아가 진도문화를 사랑하는 외지인과 외국인까지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결집한 역량을 지역의 문화 발전에 끌어들여서 이분들의 힘을 십분 이용해야 합니다.

여섯 번째 공장유치는 결사적으로 막아야 합니다.

산업정책에 있어서 백화점식은 실패합니다. 양다리도 실패합니다. 진도는 오로지 문화와 관광 위주의 전략 산업 육성책을 세워서 특화시키고 군민들의 기초생계를 위한 농수산 분야의 특화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와 제조업 외에 일체의 다른 투자 유치는 제한해야 합니다. 안그래도 미미한 군의 발전 에너지를 다른 곳에 분산시키지 말아야지요. 농수산 분야의 생계형 산업과 문화 교육 관광 레저 산업에 집중시키는 것 이점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리십시오. 다른 시 군과는 철저히 거꾸로 가십시오. 미래를 대비하여 꾸준히 준비하십시오. 이 세 가지를 당부드리고 제 말씀을 마칩니다. 이렇게 하면 진도는 앞으로 도래할 문화전성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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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 최종수정일 : 2018-02-06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