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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작성일: 2017-01-26 13:27

제목 박근혜를 논하다
작성자
박종호
조회
974

미인도는 늘 시대를 떠들썩하게 만든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미인의 전형과는 멀지만 수십 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꽃으로 머리를 장식한 양식은 고금을 떠나 즐겨 쓰였다.

 요즘에는 표창원이라는 국회의원이 기획전시회를 열어 화제가 되었다. 제목은 '더러운 잠'이다. 이는 분명 세월호침몰 그날의 7시간을 노골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인상파의 거장(본인은 인상파 분류를 거부했다) 마네의 작품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작품으로 국회로부터 탄핵을 받은 박근혜와 국정농단 주역 최순실을 소재로 삼았다. 꽃다발 속의 수많은 주사기들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는 미인도와는 거리가 멀어 노골적인 누드가 오히려 춘화에 가깝다. 품격은 떨어지지만 촌철살인의 풍자가 주사바늘처럼 아프게 눈을 찌른다.

애초에 마네가 그린 올랭피아는 몸을 파는 여성이었고, 하녀가 들고 있는 꽃은 손님이 왔다는 얘기라고 해석한다. 공공연하게 매춘이 이뤄지던 당시 프랑스 파리의 사회를 폭로한 작품으로 지금은 걸작으로 꼽히지만 당시 화단에는 큰 충격이었고, 논란거리가 되었다. 사실 이 그림도 이탈리아 화가,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알려졌다. 침대에 비스듬히 누운 비너스를 매춘 여성으로 바꿔놓은 것이라는 것.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여성성을 찾는 것은 사실 무리다. 매춘의 이미지도 잘 겹치지 않는다. 흑인하녀를 대신해 분장한 최순실이 들고 있는 꽃과 주사기는 묘한 앙상블을 보여준다. 우리사회는 꽃으로 치장되어 있지만 경제는 매판자본주의의 모순으로 가득해 중병에 걸려 수술대에서 주사를 맞아야 할 지경임을 노골적으로 암시해주고 있다.

올랭피아는 이상적인 여신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에, 또 작가의 사회 비판 의식이 곁들어져, 파리 화단을 더욱 발칵 뒤집어 놓았다고 한다. 그에 앞서 고야는 마야부인을 전라의 정면 누드로 묘사해 충격을 주었지만 매춘과는 거리가 먼 명화다. 나중에 하늘거리는 속옷을 입힌 그림을 내놓기도 했다.

패러디가 있는 사회는 억압을 뚫는 비판의식이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 화가 신윤복의 미인도는 기품이 넘쳐난다. 트레머리의 정밀한 묘사, 여염집이 아닌 기생의 모습이지만 잘록한 허리에 풍성한 치마가 조선의 여성상을 대표하고 있다. 신윤복은 미인도에 슬그머니 ‘盤薄胸中萬化春 筆端能言物傳神(반박흉중만화춘 필단능언물전신)라고 써 넣었다.

이를테면 화가(畵家)의 마음 속에 만 가지 봄기운 일어나니 붓끝은 능히 만물(萬物)의 초상화를 그려내 준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태호 미술평론가는 혜원을 비롯 조선 화인들에게 아주 극찬한다. 그의 화인열전 중 또 다른 ‘월하의 정인’ 이라든가 황급히 기생방으로 뛰어들어간 한량의 흐트러진 신발과 거뭇거뭇한 수풀 속 폭포가 내리는 배경은 오묘한 상징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표창원은 느닷없이 탄핵국면에서 한국의 올랭피아를 지목했을까. 작년에는 홍성담 화백이 득의의 대작 「세월오월」로 ‘닭의 눈물’을 선보이며 우리에게 대리만족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었다. 여기서도 문체부 블렉리스트의 위력을 실감한다. 못난 광주시는 전시철회를 요구했다. 올 봄 4월에는 팽목항에서 그 작품을 꼭 보고 싶다.

단원 김홍도에 대해 어느 미술가는 일본으로 건너가 춘화를 그렸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물론 그 진위는 불분명하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것일까? 청와대는 지금도 복마전이나 다름없다. 입에다 독사과를 물고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는 마녀가 마법의 술수를 꿈꾸고 있는 듯하다. ‘잠자는 공주’의 배역이 그렇게 탐나는 것일까. “나는 아무런 죄도 없는데” “저 많은 태극기 물결이 애국의 충정으로 나를 구원해 줄 것”이라는 자기최면에서 오독의 절정으로 치닫는 인터뷰를 슬쩍 세상에 흘린다.

나는 미인도를 사랑한다. 저 높은 벼랑에 핀 꽃을 탐하는 수로부인의 팜므파탈과 사랑의 속박을 거부하며 시를 사랑했던 황진이의 매혹적인 지성 또한 오백년이 지나도 한 사내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춘향이와 논개의 초상화도 분별하지 못하는 이당(以堂) 김은호씨에게 ‘미인도나 그릴 사람’이라며 질타하던 묵로(墨鷺) 이용우선생이 잠시 떠오른다.

직접 고르지도 못한 바지정장을 입는 중년 여인의 심리는 무엇을 내보이는 것일까. “결혼도 하지 않고 자식도 없는 내가 무슨 욕심이 있겠느냐”면서 레이저 눈빛으로 뒷거래 돈을 걷고 천연스레 시치미를 떼는 모습은 동전을 흩뿌리며 “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해 울지 마오‘라는 에바 페론을 연상시킨다.

거룩한 악녀이자 천한 성녀, 에비타 아르헨티나 국모로 불렸던 에바 페론.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으로 국가 경제를 파탄으로 몰기도 했지만 노동자 계층과 서민들에게는 변치 않는 어머니였다. 박근혜는 육영수 어머니를 롤모델로 하지 않은 듯하다. 오직 자기 자신을 국모로 동일시하는, 청와대를 관저가 아닌 사저로 정수박이에 깊이 인식하는 의례에 철두철미하였다.

대통령 영부인으로 부통령 후보에 출마하기도 했던 에바는 1952년 사망했다. 남편 페론은 아내를 영원히 보존하기 위해 미라로 만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직에 있으면서 점점 미이라가 되고 있다. 어쩌면 소금기둥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메두사의 독오른 뱀대가리가 득실거리는 머리를 감추기 위해 얼마나 많은 손질을 했기에 7시간과 304명(미수습자 9명)이 사라진 것일까. 우리는 지금 정치의 포르노그라피가 누구에게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다시 물어야 한다.

에바 페론(Eva Peron)은 1919년 기미년 아르헨티나의 대초원(팜파스)의 시골 마을에서 농장 주인과 요리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에바의 어머니는 자신이 일하던 농장주와의 사이에서 사생아 다섯을 낳았는데 에바는 그 중 네번째 아이였다. 그녀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지닌 강점이 무엇인지를 먼저 깨달아야했다.

에바는 자신의 미모가 가장 강한 무기임을 알았다. 그녀는 삼류 배우나마 배역을 따기 위해 남자들의 품을 전전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박근혜씨는 최태민 김기춘 반기문둔갑을 전전한다. 황교활에게도 노크를 잊지 않는다. 애국과 매국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뒷골목 사주철학을 논하는 정윤회도 다 지우지 못했을 것이다. 애마 정유라는 그들의 공동유산이나 다름없다. 모든 퍼즐이 여기서 풀린다.

에바 페론의 나이 25세 때 그녀보다 2배 가량 나이 많은 육군 대령 후안 페론(여기서 최태민이 당장 떠오르지 않는가?)을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한동안 밀회를 즐기다가 곧 두 사람만의 은밀한 방을 구해 장기적인 동거 생활에 들어간다. 그리고 자신의 연인이 출세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다.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서준 정부(情婦) 에바에게 새삼 사랑과 신뢰를 느낀 후안 페론은 죽는 날까지 함께 하기를 맹세하고 결혼했다.

박근혜는 스스로 대한민국과 결혼했다고 자처한다. 누가 동의해주었는가? 국정원? 국군 기무사? 미이라 김정일? 어버이연합인가? 유신헌법이라는 주례사가 아직도 선연한 모양이다. 나라와 결혼했다는 이들은 자칫 노름돈으로 나라를 팔아먹는다 해도 소유권을 우겨댄다. 국혼.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박정희 철권통치시대부터 대한민국을 사적 소유물로 인식하는 그 머릿속에서 모든 국민들은 닭이나 오리처럼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족속들로 폄하되어 무시당한다. 언제나 통치의 대상일 뿐이다. 화려한 쇼윈도우에서 기가 막힌 연기를 펼치는 그녀는 애처롭기까지 하다.

‘나쁜 사람’은 기막히게도 족집게로 잘 골라내면서도 블렉리스트를 알지도 모른다는 그녀. 엊그제 사과성명도 참 편리하게 잊어먹고 ‘애국의 물결’이 촛불보다 두 배는 넘는다는 이 기막힌 해석을 천연스레 내놓는 사람이 백척간두 격랑의 이 시대를 농단해왔다니 모골이 송연하지 않는가.

이번 페러디 누드화 사건처럼 그녀들의 발가벗겨진 욕망의 탄핵열차는 오는 3월 13일 마침내 종착역에 다다를 것이다. 선로이탈을 고대하는 그들. 박근혜와 놀라운 영적 교감을 이루며 “민주주의가 실종되었다”는 저 오만한 고백을 내지르며 자식과 손주까지 소송 인질로 단호(?)하게 들먹이는 그녀는 이제 '염병하고 있는' 아마조네스 전사가 되어가고 있다.

아침이여. 대권 잠룡들이여. 팽목항에서 잠시 머리를 숙였던 이무기들이여. 꽃이 되기 전에 두엄이 되라. 제대로 썩고 썩어 화엄의 두엄이 되라. ‘벛꽃 대선’에 앞서 발효 효소를 만들어라.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그런 봄은 춘래불사춘에 불과하다. 영원히 사는 길을 수 없이 놓쳐 버린 패러디 여왕의 속수무책 자가발전식 앵무새놀이 건전지도 다 떨어져간다. 소금에 절인다한들 얼마나 더 견딜까. 하야가가 끝나면 십상시들이 옹위하는 또 다른 푸른 옷들의 집이 한 걸음 더 다가설 것이다.

“대한민국 코리아여. 풍자의 세상을 넘어 둥둥 새남터 북소리를 울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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