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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작성일: 2016-09-19 21:15

제목 역시 관매도야 (2)
작성자
이양래
조회
1148

역시 관매도야 (2)

돈대산 입구인 이곳은 셋배라는 지명을 갔고 있다. 다소 생소한 이름이다. 연유는 모르겠다. 아마 배 모양을 하고 있어서 이렇게 불러지지 않았을까 추측이 든다. 이 탐방로는 계속 해서 오르막길이다. 돈대산 정상까지는 중간 중간에 새끼 봉오리가 줄줄이 이어져 있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지루한 길이다. 그렇지만 숲속을 벋어나 중간 중간에 나와 있는 바위에 앉아 아래 세계를 보니 내가 왜 이곳을 오고 싶었는지 그 이유를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눈부시게 파란 바닷물, 그 위에 지그재그로 그어진 몽롱한 해안선과 작은 섬들, 부서지는 하얀 파도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산 정상에서 보는 관매도의 해수욕장과 우거진 송림은 마치 한 폭의 몽롱한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메밀이 심어진 장산평 들녘의 불규칙적인 밭 모양은 추상화 작품처럼 보였다. 아마추어에게 프로의 영감을 주는 형국이니 형언하기 어려워 표현할 길이 없다는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관매도의 참 매력은 아래에도 있지만 산 위에서 섬 전체를 조망해 보면 하늘에도 있음을 안다. 관매도의 “매”는 매화 매자의 뜻보다 매의 눈으로 보라는 뜻이 아닐까?

우리는 드디어 정상에 도달했다. 오후 1시 정도 되었다. 저 멀리 세월호 관련 바지선이 보였다. 병풍도는 해무에 가려 흐리하게 보였지만 맹골도는 보이지 않았다. 산 정상은 나무가 우거져 바다를 잘 조망할 수 없었다. 정상 바로 아래 돌출된 바위에서 잘 보였다. 우리는 산을 오르면서 작은 봉오리에 앉아 아래를 수시로 보았으므로 정상에서는 머물지 않고 바로 하산을 하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점심 먹을 장소가 있나 찾아보았다. 계속 물을 들이켜서 배는 빵빵했지만 그래도 가지고 온 도시락의 속살이 그리웠다. 조금 내려가다 보니 꽁돌바위와 저 멀리 하늘다리가 보이는 지점에 조그만 나무 그늘이 내려 있었다. 경사져서 조금 불편 했지만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너무나 푸르고 조용한 바다는 여인의 눈동자처럼 빛났다. 하늘에 붕 떠있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맛있는 점심을 즐겼다.

정상에서 중간쯤 내려오면 능선을 따라 선착장으로 가는 길과 앙덕기미(꽁돌해변과 하늘다리 쪽)로 가는 길로 나누어진다. 우리는 하늘다리에 가기위해 앙덕기미 쪽으로 내려 왔다. 관호마을이 정말 아름답게 보였다. 관매도를 들어 올 때 선상에서 보는 관호마을은 참 보기가 좋다. 매력이 가득하다. 그러나 산 능선에서 보는 오렌지 색 지붕과 하얀 벽, 정박해 있는 어선들, 짙푸른 바다는 또 다른 멋을 창출하고 있었다.

바람 언덕이라고 하는 돈대산 끝자락에 오면 다시 관호마을과 꽁돌해변 가는 길로 갈린다. 이곳에 정자가 있다. 바다 쪽에서 관호마을로 넘어오는 바람이 엄청 센 곳이다. 노인 한 분이 정자에 누워 한가하게 잠을 청하고 있었다. 우리가 내려와 자리에 앉자 그 소리에 깨어나 일어났다. 우리에게도 누워서 쉬라고 권한다. 우리는 등산화를 벗고 정자에 앉았다. 그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렇지만 바다에서 넘어오는 상큼한 바람과 확 트인 바다를 보고 있노라니 금방 피로가 풀리는 듯 했다. 노인장께서는 옛날에 이곳에서 한라산이 잘 보였다고 말씀하시면서 손으로 한라산 모양까지 그려보였다. 지금은 오염물질이 많아서 그런지 잘 안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우리는 마냥 쉬고 있을 수가 없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꽁돌해변으로 내려가기 위해서다. 산 정상에서 볼 때는 낚시하시는 분들이 보였는데 다 철수한 모양이다. 아무도 없는 해변은 쓸쓸하기만 하다. 우리는 옷을 벗고 잠시 바닷물에 들어갔다. 바위사이에서 출렁거리는 바닷물은 정말 시원했다. 약 2-3분 소요되었다.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하늘 다리에 갔다가 돌아올 때 다시 해수욕을 할 수 있으므로 바로 나왔다.

하늘 다리까지는 약간 오르막이면서 바다를 끼고 있는 산책길 코스다. 가쁜 숨을 내쉬며 걷다가 잠시 눈을 돌려 주위를 보면 억겁의 세월이 지나간 바위의 해안선은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음을 안다. 오가는 파도를 이웃으로 두고 있는 이 무기체는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침묵으로 우리를 대한다. 느끼는 것은 순전히 우리의 몫이다.

드디어 하늘 다리에 도착했다.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푯말이 나왔다. 다리에서 아래를 보니 오금이 저렸다. 바위 틈 저 만치 아래에는 푸른 바다의 끝자락이 출렁거렸다. 자연의 신비를 경외하는 것보다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정자에서 만난 어르신은 이곳의 다리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다. 지금의 철다리는 수평을 유지하고 있지만 옛날에는 나무로 다리를 놓았는데 아래쪽과 위쪽의 높이가 차이가 나서 약간 경사지게 다리를 설치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고 했다. 그런데도 먹고 살기 위해서 그 하늘다리를 건너다니면서 섬 끝자락에서 디포리 잡이 그물질을 하고 나무를 해서 지게로 지고 왔다고 말씀해 주었다. 그 고달픈 삶의 길이 이제는 관매도를 찾는 관광객이면 꼭 찾는 명소가 된 것이다. 격세지감이다.

우리는 시원한 바람과 아름다운 절경으로 한동안 마음과 얼굴을 씻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와야 했다. 방아섬 탐방로도 그랬지만 하늘다리 길도 해안으로 더 이어져 관호마을 뒤편으로 돌아 올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래야만이 관매도 전체를 탐방 할 수 있고 갔던 길을 다시 돌아오는 번거로움도 없을 것이다.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은 힘들게 느껴진다. 하지만 뒤돌아 오는 길은 무척이나 가볍다. 이 하늘다리 길도 마찬가지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왔다. 이 길은 오전에는 해가 비쳐 덥고 오후에는 그늘이 져 걷기에 좋다고 하신 그 어르신 말씀이 맞는 것 같다. 우리는 꽁돌 해변 옆 작은 모래사장에서 배낭을 내려놓았다. 해수욕을 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지나갈 때는 사람이 없었는데 다시 오니 여러 사람이 와 있었다. 좀 떨어진 바위 위에서 옷을 벗고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물이 어찌나 맑고 시원한지 정말 좋았다. 물속으로 머리를 넣고 헤엄도 처 보았다. 온 몸을 성수로 씻는 기분이었다.

한참 바닷가에서 논 후 관호마을로 향했다. 가지고 간 생수가 바닥이 나서 관호마을 뒤편에 있는 우물에서 목을 축이기로 했다. 오래된 샘이다. 이 마을 분들이 예전부터 사용하던 우물이다. 지금은 상수도가 보급되어 사용이 뜸하지만 관광객을 위해서 잘 정비되어 있었다. 우물은 무척이나 깨끗해 보였다. 입구에 설치된 꼭지를 틀자 물이 찔끔찔끔 나왔다. 우리는 빈 생수병을 한참동안 수도꼭지에 대고 있었다. 목을 축일 수 있을 정도 받았다. 물맛은 좋았다. 이런 샘이 있어서 관호마을이 생겼겠구나 하면서 꼼꼼히 살펴보았다.

우리는 관호마을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걸어오면서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시원한 음료수에 대해서만 논했다. 여름이 지났는데 관매도에 아이스크림이 있을까, 무슨 음료수를 마실까...... 등등등. 선창에 도착하자마자 특산물 판매장으로 들어섰다. 우리의 우려와는 달리 많은 종류의 아이스크림과 시원한 음료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갈증을 잡기 위해 음료수를 각자 한 병씩 들이켰다. 머리가 띵 할 정도로 차가웠다. 곧 바로 어름 형태로 된 아이스크림을 또 하나씩 먹어치웠다. 그리고 나서야 우리는 숙소로 향했다. 오후 4시였다. 모자람이 남아서 일까 숙소에서 또 다시 맥주 두 병을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늘 하루의 목마름과 격렬한 땀방울이 이제야 가라 않는 듯 했다.

우리는 샤워를 하고 방바닥에 누었다. 한 여름이 지났는데도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놓고, 그것도 부족해서 벽에 있는 선풍기를 강으로 돌려야만 했다. 꿀맛 같은 휴식이었다. 저녁 약속 시간이 되자 우리는 숙소를 나왔다. 가는 길의 중간쯤 되는 선착장에 이르자 박철산계장님이 트럭을 타고 왔다. 걸어서 밥 먹으로 오기에는 멀다고 생각을 한 모양이다. 선창에서 보니 저 멀리 대마도 뒤편의 붉은 낙조가 정말 아름답게 보였다. 황금색 바다를 배경으로 떠 있는 어선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선명하게 다가왔다.

박철산계장님 집은 관호마을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바다가 보이는 방향에 음악실을 신축했다. 안을 들어다 보니 선창이 보이는 곳에 큰 유리 창문을 설치하였다. 거기에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의자를 배치하고 음향기기도 구비해 놓았다. 고향에서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퇴직 후를 잘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여름철에는 돈지에 사는 동생내외가 와서 잠시 지내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자리를 함께했다.

마당에 마련된 식탁에 앉아 정말 온기 넘치는 대화를 하면서 과분한 만찬을 대접 받았다. 꼼장어와 우럭 회는 소주 맛을 더 깊게 해주고. 끓여 내놓은 생선국은 곰국보다 더 진하게 맛이 났다. 술기운이 거나하게 오르자 오늘 하루의 피로는 사라지고 좋게만 보였던 풍광들만이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끝내고 숙소로 가기 위해 철산 계장님의 집을 나섰다. 항구 주변과 해안도로의 환한 가로등불이 우리를 인도했다. 하늘에는 밝은 달이 떠 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함이 온 섬에 내려와 있는 듯 했다. 우리는 아름다운 관매도의 산 능선과 추석을 향해 커가고 있는 달을 더 선명하게 보기 위해 어두운 곳에 서서 한참이나 하늘을 응시했다. 밝은 가로등이 있는 곳에서는 그 참 분위기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밤이 주는 매력은 역시 캄캄한 어둠 속에 있을 때 더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손을 잡고 어깨를 부딪치면서 분위기 있는 관매도 해안도로를 걸었다. 바다에서는 옅은 안개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숙소는 정말 적막했다. 조용한 섬에서의 하룻밤은 먼 곳으로 여행을 온 기분이 들었다.

해수욕장의 고은 모래사장과 솔밭 길을 걷기 위해서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 몸 상태는 아주 좋았다. 그러나 기대했던 만큼 호젓하고 상쾌한 아침 분위기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흐릿한 섬 안개가 끼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밖으로 나와 솔밭 속으로 들어갔다. 기분이 상쾌해졌다. 구불구불한 솔밭 오솔길은 한동안 사람의 발자국이 끊긴 듯 잡풀이 듬성듬성 나 있었다. 우리는 솔밭 끝까지 갔다가 다시 긴 백사장을 따라 숙소로 돌아 왔다. 짐을 챙겼다. 그동안에 숙소 아주머님께서는 맛있는 아침식사를 준비해 주셨다. 우리는 마치 신혼부부처럼 마주 앉아 조용히 음식 맛을 음미했다. 행복의 느낌이 민물 처럼 밀려 왔다.

우리는 이렇게 관매도 여행을 1박 2일 동안 즐겼다. 그러면서 “역시 관매도야” 하는 감탄사를 조용하게 토해냈다. 조용한 명상과 여유로운 산책을 원하면 이 가을에 관매도를 한번 가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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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 최종수정일 : 2018-02-06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