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2019년 9월 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대학로 장애인문화예술센터 5층 이음아트홀에서 펼쳐진 국악인 <한홍수>의 개인 발표회이다.

한홍수는 한쪽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국악인으로 진도군립민속예술단 상임단원이며 2002년부터 진도군과 목포시, 장애인종합복지관, 신안노인요양원 등에서 장애인과 어르신들에게 국악을 가르치며 행복을 나누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꾸준하게 이어온 봉사활동과 게으름 피우지 않고 노력한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기에 외형은 작은 음악회 같지만 찬란하고 아름다웠다.

진도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장애인국악인이 자신의 첫 발표회를 서울에서 펼친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무대에서 함께 협연한 국악인의 면면을 보면 “한홍수”의 값진 삶과 잘 살아온 시간을 알 수 있었다.

전주 고수대회 대통령상 수상 “장보영”/ 해남국악경연대회 대통령상 수상 거문고 연주자 “권민정”/ 임방울국악경연대회 대통령상 수상 판소리“정선화” 명창/ 진도 북 놀이 전수조교 “박동천”, 거창 일 소리 전수조교 “표주향”, 재인청 춤 전승보존회 부회장 “이종진”/ KBS 국악대상 수상 국악 타악집단 “김주홍과 노름마치”/ 각 분야의 최고들이 마음으로 함께 하였다는 것은 한홍수가 바르고 올곧으며 보람되게 살았다는 증명이다.

무대에 불이 들어오자 대금산조의 창시자 박종기 소리를 이은 서용석류 대금산조가 가지고 있는 선이 굵고 힘 있는 청아한 한홍수의 대금소리가 장보영의 장구소리위에서 노닐며 넘는 시김새의 아름다움이 울려 퍼지며 관객의 마음을 파고들어 숨소리마저 조심해야 하는 심취의 멋에 빠져들게 하였다.

박동천, 이종진, 표주향이 신명으로 노는 진도북놀이의 “김주홍과 노름마치” 반주에서 쇠를 맡은 한홍수의 가락은 일년 365일 1/2 이상을 해외 공연을 하며 우리소리를 알리는 “김주홍과 노름마치”의 엄청난 타악 반주를 이끌며, 북놀이 디딤발을 분명하게 밟게 하고 춤사위의 날개를 더욱 더 아름답게 펼치게 하였다.

경쾌한 힘이 넘치는 소리로 남성미가 넘치는 신쾌동류 거문고 산조를 타는 권민정의 술대의 화려함은 가야금인가 착각할 정도로 세심하고 아름다웠다. 이 소리의 빈틈을 정확히 채워주는 한홍수의 장구장단은 그 어느 장구 명인의 채편과 궁편 두들기는 채와 손바닥 놀림에도 떨어지지 않는 환상의 조화를 이루어 냈다.

정선화 명창의 심봉사 눈뜨는 대목을 이끈 한홍수의 북 반주는 북 가락에 소리가 마음껏 춤 출수 있도록 편안함과 시원함이 넘쳐 한홍수가 문화체육관광부 판소리 고법 대상 수상자가 허명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 땅의 최고 사물놀이 집단이라 할 수 있는 “김주홍과 노름마치” 반주에 부족함 없이 녹아내리는 한홍수의 태평소 소리는 악보가 따로 있고 격식이 갖추어져 있는 음악이 아닌, 오직 연주자의 흥과 멋에 따라 관객의 마음을 휘어잡는 시나위로, 한음으로 표현되는 태평소에서 거친 탁음과 막힘없는 커다란 맑음 소리의 조화를 환상적으로 만들어내며, 군악대 진군을 나타내는 태평소 인식에서 연주악기로 부족함이 없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아름다움의 극치이었다.

이렇게 우리 전통 민속 타악기와 관악기인 쇠, 장구, 북, 대금, 태평소를 모두 뛰어나게 잘하면서도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진도군립민속 예술단에서도 연주자로도 국악인으로도 정당한 대우를 받았을까? 의문을 갖게 하는 한홍수의 첫 작품 발표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의 공연이었지만 한홍수의 아픔이 함께 한 가슴 저미는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