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6-01-12 09:35

제목 가지 않는 길을 찾아서(2)
작성자
이양래
조회
2661

가지 않는 길을 찾아서(2)

정상에는 문전새재 안내 표지판이 서 있었다. 진도 아리랑에서 나오는 문전새재가 바로 여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에서는 진도읍 쪽이 잘 보이지 않는다. 반대편도 나무에 가려 산 아래를 잘 볼 수 없지만 정상에서 조금 내려가면 광전마을 앞 들녘과 지산면, 청정푸드 밸리 등이 손에 잡힐 듯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말 아름다운 진도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 한 폭의 동양화다. 여기서 사진을 찍는데 기술이 필요 없다. 그냥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된다.

굽이굽이 임도를 따라 내려왔다. 광전리 마을 바로 뒤편 들녘이 나왔다. 반반하면서도 비옥한 밭에는 대파와 월동배추가 가득했다. 넓을 광, 밭 전 자를 써서 광전리라 했나 생각이 들었다. 발길을 재촉했다. 삼막리, 용호리, 하미 등은 큰길을 따라 그냥 걸었다. 마을을 지나면서 장전 미술관, 용호천, 용산마을, 하미 등에 대해서 여기는 누가 살고 어떤 사연이 있는지 주절거렸다. 내 사랑하는 아내는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만 끄떡였다.

산모퉁이를 돌아서 위를 보니 상미마을이었다. 우리 어머니 동네다. 지금은 셋째 삼촌이 살고 계신다. 만나고 갈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면 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 다음으로 기약했다. 눈처럼 게으른 것이 없다 했던가? 상미마을 입구는 먼 길을 온 우리 부부에게 딱 그 메시지를 전했다. 상미마을 저수지 밑을 돌아 죽청 뒷산 임도 입구까지 그 길이 그렇게 보였다. 언제 저 길을 돌아가지 이 생각만 자꾸 들었다. 옆길이 보였다. 바로 우측에 난 직선 농로다. 입구에 잠시 앉아 있는 동안 본래의 트래킹 정신을 잊어버리고 짧은 길을 택했다. 배가 고파 점심 먹을 장소만 생각한 결과다.

임회면 상미실에서 의신면 죽청마을로 넘어가는 농어촌 도로가 있다. 그 경계 지점에 가면 돼지와 오리 축사, 태양광 발전 시설 등이 있다. 축사에서 냄새가 고약하게 나고 경관이 크게 훼손된 현장이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면간 경계구역이라 그렇지 않나 생각도 들었다. 처음 찾는 사람은 이곳에서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정표도 없다. 상미에서 죽청으로 넘어가는 길을 따라가다 고개 경계선에서 우측으로 난 길이 강계쪽으로 가는 임도다. 산 쪽 길을 따라 전신주가 있어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임도는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다. 산 중턱에서 배낭을 풀고 맛있는 도시락을 꺼냈다. 아래 들녘이 훤히 보였다. 시간은 12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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