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6-01-06 15:46

제목 걸어서 조도 여행하기(3)
작성자
이양래
조회
2997

‘건강하세요’인사를 하고 모래미로를 향해 출발했다. 해안을 끼고 시원하게 펼쳐진 도로, 눈부신 바다와 크고 작은 섬들, 차갑지만 청량감이 너무 좋은 바닷바람이 우리를 반겼다. 이 길은 그냥 이것저것 보면서 걷기만 하면 된다. 달리는 차도 마주치는 사람도 거의 없다. 해안의 기암절벽, 부서지는 파도 소리, 톳 양식 부표에 반사되는 눈부신 햇살, 관매도와 대마도가 멀리 그림처럼 보이는 이곳이 조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 아닐까?
조금 걷다보니 몇 가구가 사는 조그만 마을이 나왔다. 겨울 쑥을 하시는 아짐을 길 바로 위 밭에서 볼 수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계속 걸었다. 고개를 들어서 산위를 보았다. 커다란 바위가 산 정상에 우뚝 솟아 있었다.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해안도로 주변에는 청석나무와 해송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보리수 열매가 있어 깨물어 보았다. 텁텁한 산이 혀끝을 감돌았다. 잠시 가드레인에 기대어 쉬기도 하면서 계속 걸었다.

바다를 가리는 대나무 숲과 방풍림이 우거진 곳에 도착했다. 여기에는 두 집이 있었다. 집 앞에는 할머니 두 분이 나와서 밭일을 하고 있었다. 저 방풍림 아래에는 고운 모래와 시원한 파도소리가 들리는 모래게 해수욕장이 있다고 설명하면서‘내려가 볼까’하고 아내에게 제안하자‘다음에 봅시다’라고 해 그냥 지나쳤다. 두 시간 정도 걸은 것 같았다. 발도 조금 아파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곤우 마을이 보였다. 12시 20분 정도 되었다.

곤우마을이 보이는 이 고개 길(모래미로)에서 마을로 가는 길과 바다로 내려가는 길이 나누어 져 있었다. 바다쪽으로 가는 길 입구가 포장되어 있어 점심을 여기서 먹기로 했다. 배낭을 내려놓고 등산화와 양말을 벗었다. 발의 땀을 식히기 위해서다. 멀리 또 오래 걷기 위해서는 발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도시락을 꺼냈다. 보온 도시락이다. 아들들이 학교 다닐 때 쓰던 도시락인데 이번 트레킹 때 쓰려고 광주에서 갖고 왔다. 찰밥이 아직도 따뜻했다.

아침에 도시락 싸는 일은 내가 맡았다. 먼저 계란말이를 하고 나서 식힌 다음 잘 썰어서 김치와 함께 반찬통에 넣었다. 구운 김도 챙겼다. 그리고 도시락에 밥을 듬뿍 담았다. 약간 많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담았다. 밥 욕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이렇게 운동하는 날이면 평소보다 많이 먹기 때문이다. 특히 추운 날 운동한 후에 길거리에 않아 밥을 먹으면 밥맛은 넘 좋지만 느낌은 별로다. 내가 노숙자라면 이런 밥맛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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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