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6-01-06 15:45

제목 걸어서 조도 여행하기(2)
작성자
이양래
조회
3149

마을을 벗어나 고갯길로 접어들자 할머니 한 분이 달래(대롱기) 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도로 밑 작은 밭이었는데 해수욕장 뒤편 큰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이 덮고 있어 갈퀴로 걷어내고 있었다. ‘날씨가 좋아서 나왔어요’하고 말을 건냈다. 갑자기 사람소리에 놀란 할머니가 허리를 펴고 ‘운동하요’하고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진도읍에서 왔소’하니‘워매 진도읍에서 뭐하려 여기까지 왔다냐’하며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잠시 서서 몇 마디 나누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 길은 여름에 톳을 많이 말리는 길이다. 좌측을 보니 해수욕장 주변에 주차장을 몇 개 조성해 놓았다. 이 공간을 이용해 톳 건조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마을 입구 고개 정상에 오르자 신전리 마을 표지석이 있었다. 잠시 서서 멀리 신전리 마을 앞 바다를 보았다. 완전 회색 빛깔 바다였다.

육동마을을 향해 고개를 내려왔다. 마을 뒤편에 계곡이 여섯 개가 있다고 해서 육동이라고 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상하조도 사람들이 먹는 수원지가 바로 육동 뒤편에 있다. 저수지 뚝과 커다란 물탱크가 보였다. 마을 앞 도로와 접한 바다는 물이 빠지면 넓은 갯벌이 나오는 곳이다. 이날은 바닷물이 도로 바로 앞까지 들어 와 찰랑찰랑 거렸다. 바다 갯벌에서 용천수가 나오는 샘이 있다는 표지석만 보였다. 샘이 바닷물에 잠겨 보이지는 않았다.

마을에서 내려오는 하천까지 바닷물이 밀려 들어와 있었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마을 안까지 들어가 수원지 뚝까지 가고 싶었는데 다음으로 미루고 지나쳤다. 마을을 지나면서 오른편을 보니 겨울 조도 무 밭이 파랗게 펼쳐져 있었다. 올해는 비가 자주 오고 날씨도 포근해서 그런지 작황이 좋아 보였다. 평풍 같은 뒷산을 배경으로 앞 바다를 조망 할 수 있도록 저곳에 집을 지으면 좋겠구나 생각했다. 휘어 도는 산자락 도로를 지나니 읍구 마을이 보였다. 11시 20분 정도 되었다. 천천히 걸으면서 사진도 찍고 이 얘기 저 얘기 하다 보니 조금 늦게 도착했다.

마을 입구 전신주에 길 안내판이 보였다.‘모래미로’라고 적혀 있었다. 멋있는 이름이었다. 모래와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 길 이름을 읽어보자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마을로 내려오자 바다를 접한 커다란 물양장이 있었다. 북풍을 막아주는 언덕을 배경으로 남쪽 바다를 향한 읍구 마을은 따스하기 그지없었다. 바닷물이 방파제까지 가득 올라와 있었다. 여기도 바닷물이 빠지면 광활한 갯벌이 나오는 곳이다.

집 앞 텃밭에서 일 하시는 아주머니, 톳 양식 포자를 심을 줄을 정비하는 아저씨, 밭에서 갓 캐온 달래를 손질하는 할머니 등을 만났다. 손질한 달래는 진도읍장에 보내 판다고 했다. 두 사람이 집 뜰에 앉아 이야기하며 일하는 모습이 너무 정겨워‘사진 한 장 찍을 게요’하자 손사래를 쳤다. 진도읍에서 왔다하니 금새 마음을 풀고 그러라고 허락했다. 진도에서 여기까지 뭘 보로 왔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뒷산 등산로 따라 산 정상에 가면 조도를 다 볼 수 있다고 했다. 거기에 가야 좋다고 했다. 예전에 읍구 쪽은 아니지만 창리에서 돈대산 정상까지 가본 적이 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바다와 섬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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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