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6-01-06 15:43 (수정일: 2016-01-06 15:55)

제목 걸어서 조도 여행하기(1)
작성자
이양래
조회
3621

걸어서 조도 여행하기

가끔 어디로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연휴가 있으면 더 더욱 그렇다. 이것 저것 따져 보면서 여러 가지 구상을 하곤 하지만 그냥 상상에 그치고 만다. 그렇지만 지난 크리스마스 3일 연휴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보낼까? 고민 고민하다가 아주 작게 설계하고 쉽게 실행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았다. 그것은 아름다운 풍광 있고 정겨운 사람들이 사는 조도를 걸어서 여행 해 보는 일이였다.

우선 크리스마스 까지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토요일부터 1박 2일 동안은 아내와 함께 조도를 가기로 결정했다. 며칠 전부터 조도 날씨를 살폈다. 바람이 어떤지 배 시간은 어떤지 확인하곤 했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여행 장비도 챙겼다. 장갑, 비옷, 렌턴, 목도리, 배낭 등등등. 가깝고 또 자주 가는 조도로 도보여행을 떠나는데도 제주도나 외국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마음이 설레었다.

당초에는 아침 첫 배를 타고 들어가 어류포에서 신전리까지 간 다음 다시 거기 방파제에서 시작해서 읍구-곤우까지 이어지는 모래미로를 따라 명지-조도대교-맹성-동구-여미까지 갈 계획이었다. 하조도 끝에서 상조도 끝가지 일주를 하는 것이다. 이 길은 몇 년 전에 마라톤으로 두 번 완주 했던 길이다. 이번에는 걸어서 완주를 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어류포 버드 아일랜드 숙소에서 1박 한 다음 조도 등대까지 걸어 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계획을 약간 변경했다. 그것은 읍 고등학생들의 서울 롯대 관광출발시간이 당초 7시에서 9시로 변경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침에 철마광장에서 학생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우리 부부는 팽목으로 향했다.

팽목 선착장에 주차를 하고 승선했다. 한림페리였다. 선실에는 몇몇 여행객과 섬 주민들이 있었다. 관매도와 외도로 가는 주민들이었다. 겨울 날씨치고는 포근했지만 선실은 차가웠다. 조금 지나니 군데군데 온기가 퍼졌다. 바다는 조용한 편이었다. 하늘은 스모그로 침침 우울했다. 목덜미를 잔뜩 올리고 누워 잠시 눈을 붙였다. 깜박 한 사이에 어류포에 도착했다.

10시 20분경이었다. 버스도 없고 택시도 없었다. 걸어서 신전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서 여미까지 가려면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았다. 그래서 지인에게 부탁해서 승용차로 우선 신전마을 방파제로 갔다. 떠나기 전에 언덕 오르막 길목에 있는 어류포 표지석에서 사진 한 장 찍었다.

신전마을에 도착하니 10시 30분 정도 되었다. 바다는 그리 맑지 않았지만, 청등도와 관매도 등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보였다. 톳 부표가 바다 위에서 출렁거리고 몇몇 어민들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고 있었다. 날씨가 포근해서 인지 어장에 나가는 것 같았다. 머리를 들어 마을을 보니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신전리는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온화한 기가 마을 주변을 감싸고 있는 듯하다. 상록수인 잡밤나무를 배경으로 한옥이 고즈넉하게 보였다. 농어촌 개발 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한옥 행복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진입로 확포장과 건축공사를 위해 수차례 방문했던 그 때 생각이 많이 났다. 그 때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왔지만, 오늘은 그냥 낯선 방문객의 눈으로 느껴 보고 싶었다.

한옥 마을 아래쪽에는 최근에 현대식 주택도 들어서 있었다.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뒷산을 배경으로 어촌은 마냥 평화롭기만 했다. 정적인 미학이랄까? 정말 포근함이 감도는 마을이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해에 왔을 때 집에서 키우는 오리들이 마을 앞 해수욕장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이번에는 오리가 보이지 않았다.

신전리 해수욕장은 관매도 해수욕장과 함께 조도에서 많은 피서객이 찾는 해수욕장이다. 모래가 좋고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이날은 바닷물이 많이 들어 와 해수욕장 모래가 그리 많이 보이지 않았다. 군에서 신전리 해수욕장 진입 데크시설 공사를 하고 있었다. 공사가 끝나면 마을 숙소에서 쉽게 접근 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전부터 친숙하게 알고 지내던 마을 분들께도 연락하지 않고 지나가자니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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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